Curomé 사춘기 행성 탐사일지

사춘기 행성 - 쓰레쥬리온 (Sseurejuryon) 청소편

쿠로메 2025. 4. 26. 01:58

쓰레쥬리온 (Sseurejuryon) : 쓰레기 + 돼지우리 + 온(-ion) 합성어
사춘기방 = 청소 포기한 미지의 세계, 그곳은 방이 아니라 생존지대

사춘기 아이가 있는 집에만 특별히 존재하는 행성이 있다. 현관문을 지나, 복도를 지나, 마지막 문을 열면…
그곳이 바로 사춘기 행성 ‘쓰레쥬리온’.

이 별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중력과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양말은 서랍이 아닌 바닥에서 번식하며, 과자봉지와 스낵 접시는 이불 속에서 은신 중이다.
책상 위엔 학교 공지 대신 머리끈, 캔디 껍질, 버려진 이어폰이 집을 짓는다.


매주 일요일 밤 10시는 Curomé 집의 쓰레쥬리온 정리 마감 시한이다.
일요일 밤 9시 55분의 외침
“엄마, 나 오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주말 끝나?”
그 말이 떨어지고 5초 뒤—
“헉! 오늘 방 치우는 날이잖아!”
그 시각이 되면 아이는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움직인다.
발로 양말을 한쪽으로 밀고, 이불 속에서 접시를 꺼내오며, 쓰레기통을 찾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치움’이라는 개념이 지구의 것과 좀 다르다는 것.
“치웠다며?“의 정의가 다른 그 행성

[쓰레쥬리온 관측일지 中]
방문을 열자마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침대 밑으로 반쯤 들어간 컵라면 용기‘
고대 문명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용기가 반쯤 묻혀 있다.
국물은 증발했지만, 향은 여전하다.

‘한쪽 벽에 기대 선 백팩 (열어보면 간식봉지)‘
겉보기엔 교과서가 들어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포장지 소리만 요란한 과자 매장.

‘세탁바구니가 아닌 책상 위에 놓인 양말 두 켤레‘
마치 예술처럼 배치된 양말.
하루 동안 벗었다가 다시 신고 싶은 마음이 깃들어 있다.

‘감기 시즌 이후 만들어진 휴지 벙커’.
물리적 용도는 끝났지만, 심리적 미련은 남아 있는 듯하다.

“이게 너 치운 거야?”
“응. 전보다 훨씬 나아졌어. 엄마는 디테일에 너무 집착해.”
그 말에 다시 입을 닫는다.
쓰레쥬리온 주민의 정서는, 논리보단 감정이다.

Curomé의 팁 – 쓰레쥬리온 대응 매뉴얼
1. ‘치우는 날’을 정하고, 바꾸지 말기
• 일요일 10시. 이건 협상이 아니라 우주 법칙이어야 한다.
2. 사진 기록 작전
• ‘전 vs 후’ 사진을 찍어주면 스스로 뿌듯해함.
• 다음 치우기 때 비교하면서 동기 부여 가능.
3. 미니 미션 카드 만들기
• “바닥에 있는 것 중 10개만 정리하자!”
•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요구하면 별거부 반응이 옴.
4. 엄마가 대신 치우는 건 금지
• 결국 이 별의 주인은 아이 자신이다.
• 내가 해주는 순간, ‘여긴 치워주는 공간’이 된다.


쓰레쥬리온, 그리고 성장의 한 조각

우리에겐 그저 쓰레기장처럼 보이는 그 공간이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규칙과 자유, 편안함이 담긴 세계다.
가끔씩 터지는 이 전쟁이
아이의 ‘자기 공간’을 어떻게 존중할지,
엄마인 내가 다시 배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쓰레쥬리온은 매주 일요일 10시, 잠시 멈추고
다시 돌아가는 사춘기 별.
그 행성은 여전히 어지럽지만,
나는 오늘도 그 세계를 이해하려 현관문 너머, 우주선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