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한 병에 걸렸다.
이 병은 감기도 아니고, 알레르기도 아니다.
이름하여 “남의 집 합격증 구경병.”
누구네 아이가 어디 붙었다더라.
누구는 벌써 SAT 점수가 몇 점이라더라.
누구는 아이비리그 투어를 다녀왔다더라.
누구는 장학금을 얼마 받았다더라.
평소 같으면 “아직은 나에게 먼 일“ 하고 끝났을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에 작은 돌멩이처럼 떨어진다.
그리고 그 돌멩이들은 슬금슬금 커진다.
딸은 이제 11학년에 올라간다.
대학까지 남은 시간은 사실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매일 계산기를 두드린다.
“장학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좋은 대학 갈 수 있지 않을까?”
“저 집 아이보다 더 높은 대학에 가면 좋겠다.”
“학비 부담을 줄여야 하는데.”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생각들 속에 딸은 없고,
내 불안만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자.
나는 딸이 장학금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싱글맘의 통장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잔고 부족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나는 딸이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느 순간부터,
좋은 대학이 아니라 남보다 좋은 대학 장학금이 아니라
남보다 많은 장학금 합격이 아니라 남보다 더 화려한 합격을 바라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목표는 사라지고 경쟁만 남는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내가 또 다른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딸이 대학을 가긴 가야 하는데…
멀리는 안 갔으면 좋겠다.
주말에는 집에 왔으면 좋겠다.
동생 숙제와 라이드도 좀 해주고, 알하느라 바쁜 나 대신해 이야기도 나누어 주고.
차도 몰아주고, 심부름도 해주고.
그냥 지금처럼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욕심쟁이다.
한쪽에서는
“최고의 대학 가라.”
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근데 너무 멀리는 가지 마.”
라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세상을 향해 날아라.”
라고 응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엄마 손은 놓지 마.”
라고 붙잡고 있다.
그래서 요즘 스스로에게 말한다.
정신 차려, 쿠로메.
딸의 대학은 엄마의 성적표가 아니다.
딸의 장학금은 엄마의 훈장이 아니다.
딸의 합격증은 엄마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증명서가 아니다.
딸은 엄마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하나의 독립된 사람이다.
엄마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엄마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내년 이맘때쯤 나는 또 불안해질 것이다.
또 남의 집 아이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또 비교할 것이다.
또 흔들릴 것이다.
그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어야겠다.
대학은 목적지가 아니다.
합격증은 인생의 최종 성적표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딸은 누군가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가 아니다.
Curomé의 팁
대학 입시 시즌이 다가오면 부모는 아이의 미래보다 자신의 불안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합격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지금 우리 아이의 행복을 걱정하고 있는가, 아니면 남과 비교되는 내 자존심을 걱정하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마음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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